그날은 웃음을 위한 날이었어요. 아버지는 아이스박스를 싸서 낚싯대를 싣고 호수로 차를 몰고 가면서 다니엘에게 조언을 해주고 라디오에 맞춰 흥얼거리는 엘라이스를 놀리면서 목소리가 거의 가벼워졌습니다. 한동안 미리엄은 가족이란 이런 것이라고, 가족 곁에서 자신의 자리가 안정감을 주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줄이 엉키고 매듭을 잘못 묶고 있다고 주장하자 그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그의 얼굴에서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그녀를 놀라게 하는 날카로움이 대신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알면 직접 해봐요.” 그는 낚싯대를 그녀의 손에 다시 밀어주며 말했다. 그 말은 그녀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톤보다 더 깊게 들렸습니다.
미리엄에게 남은 하루는 침묵 속에 지나갔습니다. 다니엘은 웃고, 엘리스는 돌을 뛰어넘고, 아버지는 두 사람을 칭찬하는 동안 미리엄은 말할 수 없는 의문으로 뺨이 달아오른 채 뒤따랐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한 번의 교환은 그 후 매년 그림자가 되어 다니엘이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던 소녀의 끝과 다시는 다닐 수 없는 거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미리엄이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는 특별히 애정이 넘치지는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는 규칙적이고 신중한 말을 하는 사람이었지만, 여름 축제 때 어깨에 업어주던 모습, 돌을 건너뛰려고 할 때 손을 잡아주던 모습, 밤에 발가락에 담요를 덮어주던 모습 등 그녀는 보살핌의 증거처럼 느껴지는 작은 몸짓들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활기찬 아버지는 아니었고, 아이들을 거친 품에 안아주는 그런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은 그 소박한 소속감의 순간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녀는 자전거를 흔들림 없이 타는 법을 배웠을 때 아버지의 눈에 비친 조용한 자부심이나 동생과 혼동하지 않도록 줄넘기 손잡이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주었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거창한 자랑은 아니었지만 미리엄에게는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아버지의 애정이 어머니에 비해 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균형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미묘한 변화였는데, 아버지가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잠시 멈칫거리거나,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져다주면 산만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서재에 너무 오래 머물면 목소리가 날카로워지는 것이 그 예였습니다.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은 어른의 일상적인 짜증으로 치부하기에는 충분히 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리엄은 어떤 아이가 앞에 서 있느냐에 따라 그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니엘과 엘리스에게는 인내심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딸을 만나면서 인내심이 닳기 시작했습니다. 미리엄이 학교에 입학할 무렵에는 작은 징후를 무시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발표회와 연극에 나타나셨지만, 딸의 차례가 되면 박수를 치는 열정이 줄어들었습니다.

엘리스가 독주를 할 때는 자랑스러움으로 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었지만 미리엄에게는 마치 의무적으로 박수를 치는 것처럼 정중하게 인정하는 표정만 보였습니다. 그녀는 적어도 그가 거기 있었으니 상관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그 차이는 여전히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생일이 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다니엘의 케이크는 폭죽과 그가 좋아하는 야구를 모티브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Elise의 케이크는 여러 겹의 프로스팅과 분홍색과 흰색으로 정성스럽게 장식된 장미로 장식되었습니다. 미리엄의 케이크는 집의 오븐이 아닌 동네 빵집에서 가져온 더 작고 평범한 케이크였습니다.

미리엄의 어머니는 저녁 식사 후 남은 쿠키를 도시락에 넣어주며 이를 만회하려고 했지만 미리엄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애정의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 서 있을 때를 알아차립니다.
딸이 십대에 접어들면서 아버지의 말투는 더욱 거칠어졌습니다. 한때는 부드럽게 그녀를 바로잡아 주던 그는 이제 단호해졌습니다. 그녀의 끝없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머뭇거리던 그는 점점 무뚝뚝해져 그녀를 내쫓았습니다. 아직은 노골적인 거부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에 거리가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미리엄은 마치 약한 판자가 숨겨져 있는 바닥을 조심스럽게 밟듯 조심스럽게 말을 골라 그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미리엄을 가장 불안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가 다니엘과 엘라이스를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다니엘에게는 실수가 쌓여도, 낚싯줄을 엉키거나 창고에 도구를 흩어놓아도 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흔들기만 했습니다. 엘리스와 함께 있을 때는 미리엄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부드러워졌고, 연주회 전에 그녀의 얼굴에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꽃을 들고 날개에서 당당하게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미리엄은 그런 순간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그런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비틀거리면 질책은 곧바로 이어졌습니다. 그녀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의 한숨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녀는 동생들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했고, 더 긴 포옹, 더 좋은 선물, 더 부드러운 말투 등 동생들이 받은 모든 작은 혜택을 조용히 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비교를 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배제되고 있다는 자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이를 눈치채고 저녁 식사 테이블을 슬쩍 훑으며 가끔 남편에게 부드러운 말로 슬쩍 말을 건넸습니다: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마세요.”

하지만 남편의 대답은 침묵이나 투덜거림, 또는 기억의 요새로 후퇴하는 듯 다락방 문을 바라보는 눈빛뿐이었습니다. 미리엄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여름, 아버지가 세 자녀를 모두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미리엄은 그 생각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들은 창문을 내리고 소나무와 물 냄새가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호수로 차를 몰고 나갔습니다. 다니엘은 뒷좌석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이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잡았는지 자랑했습니다.

엘리스가 라디오를 들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미리엄은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리에 이마를 대고 자신을 어깨에 업고 다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의 정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는 다니엘의 낚시 바늘에 미끼를 꿰어주고, 엘리스에게 낚싯줄을 안정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물고기가 모일 수 있는 물결 모양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미리엄이 너무 열심히 낚싯대를 잡아당겨 줄이 엉키자, 그는 몸을 굽혀 줄을 풀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매듭을 더 단단히 묶어야 한다고, 보버를 더 높이 올려야 한다고, 다니엘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하며 그가 잘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그의 내면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목소리는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날카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알면 직접 해봐요.” 그는 막대기를 그녀의 손에 다시 밀어 넣으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얼어붙었다. 미리엄의 뺨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사과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의 눈은 이미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물 위에 고정된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 후 하루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웃음이, 미리엄에게는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절뚝거리며 흘러갔다. 다니엘과 엘리스가 그의 승인하는 시선 아래 장비를 옮기는 동안 미리엄은 작은 손으로 쿨러를 더듬으며 몇 걸음 뒤에서 짐을 챙겼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다니엘이 거의 잡을 뻔한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엘리스가 줄넘기를 한다고 놀리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미리엄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 여행 이후부터 분명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를 스치던 온기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죠. 그 후 몇 년 동안 미리엄은 마음속으로 호수에서의 그날을 되풀이하며 자신이 다르게 행동할 수 있었던 순간을 찾아 헤맸습니다. 가만히 있었더라면. 그를 바로잡지 않았더라면.
고집부리지 않고 웃어줬더라면. 그 기억은 경첩의 무게를 지녔고, 그 전에는 아버지와 닿을 수 있는 거리였지만, 그 후에는 벽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가 그녀와 함께 더 날카로워진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그의 인내심은 마치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자극을 받는 것처럼 대조적으로 확장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왜 그가 그녀에게만 그렇게 인내심이 짧아졌는지, 왜 그녀가 질문을 할 때 그의 인내심이 더 빨리 닳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그녀를 밀어낼 때마다 그녀는 당황했고, 이번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녀가 그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노력할수록 그는 더욱 더 그녀를 외면하는 것 같았습니다.
십대에 접어들면서 그 패턴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그녀에게 하는 그의 말은 잘려나갔고, 그의 관심은 덧없었다. 다니엘과 엘리스는 여전히 부드러운 어조를 유지했지만, 미리엄과 함께 있을 때는 둘 사이의 공기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 찼습니다.

다니엘은 16살이 되자 자동차 열쇠를 받았고, 엘리스는 대학에 진학할 때 등록금이 전액 지원되었지만 미리엄은 둘 다 받지 못했습니다. “넌 잘 해낼 거야.” 그녀의 아버지는 불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그녀가 스스로를 지켜야 할 아이인 것처럼 무시하듯 말했습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버텨냈지만, 한때 사랑을 받았다가 설명할 수 없이 사랑을 잃었다는 사실에 대한 아픔과 함께 조용한 분노가 마음속을 감쌌습니다. 집을 떠날 무렵, 아버지와의 관계는 존재감보다는 부재감이 더 컸습니다. 전화 통화는 짧았고 방문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아버지는 호수에 있을 때처럼 다시는 딸에게 언성을 높이지 않았고, 딸을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원히 잠겨 있던 다락방은 결코 가질 수 없는 대답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노력보다는 어머니의 조용한 헌신에 의해 가정 생활의 깨지기 쉬운 리듬은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휴일을 견딜 수 있게 만들고, 아버지에게 예의를 갖추도록 촉구하고, 침묵의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만드는 작은 친절로 집안을 가득 채운 것은 어머니였습니다. 미리엄은 어머니가 없으면 가족을 하나로 묶어줄 어떤 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아버지의 침묵을 완충해 주던 따뜻함은 사라지고 거친 거리감만 남았습니다. 다니엘은 전국으로 이사하고 엘리즈는 일에 몰두하는 등 미리엄의 형제자매는 더욱 멀어졌고, 거의 기본적으로 미리엄만 가까이에 남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부재는 다른 방법으로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 몇 년 동안 그녀의 아버지는 점점 더 쇠약해졌습니다. 활기차던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모닝커피를 따르실 때면 손이 떨렸으며 다락방은 더 자주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가 몇 시간 동안 위층에서 허둥대는 소리를 들었고, 소매에 먼지가 달라붙은 채로 나오곤 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말하지 않았고, 그녀도 묻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병이 그에게 자리를 잡으면서 미리엄은 그를 진료실에 데려다주고, 읽지도 않는 잡지를 들고 대기실에 앉아 있고, 처방전을 접는 방법을 매일의 일과로 익힌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를 그곳에 머물게 한 것은 감사가 아니라 인정받고자 하는 오래된 갈망, 말년의 좁은 복도에서 그가 마침내 그녀를 다르게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조용한 희망이었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진 어느 날 오후, 그가 안락의자에서 졸고 있을 때 미리엄은 용기를 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가슴이 덜컹거릴 때까지 기침을 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한때 날카로웠던 아버지의 눈이 피로로 흐려지는 것을 지켜보았으며,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빠,” 그녀가 낮지만 안정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저한테 불만이 있으신 적이 있나요? 왜 항상 저한테는 달랐어요?”
잠시 동안 그녀는 아버지의 표정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것을 본 것 같았습니다. 그의 입이 마치 말이 이빨을 누르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자유로워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마침내 그가 해명하거나 사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코로 숨을 내쉬고 고개를 살짝 돌리며 중얼거렸다.”나 피곤해. 낮잠 좀 자게 해줘요.”

그의 손이 벌레를 쫓아내듯 경련을 일으켰다. 미리엄은 수치심과 실망감이 뒤섞인 채 얼어붙은 채 앉아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문을 열어줬고,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녀는 항의하고 더 세게 밀치고 싶었지만, 대신 일어나 담요를 그의 무릎 위로 부드럽게 덮어주었다. 그녀가 방을 나가기 전에 그는 잠들어 있었다.
수십 년 동안 품어온 희망이 아직 꺼지지 않은 채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일주일 후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마지막 손을 잡은 것은 미리엄이었습니다. 엘리스와 다니엘은 제때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미리엄은 기계가 멈출 때까지, 간호사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슬픔이 밀려오는 와중에도 그녀는 침묵 속에 속삭였습니다: “그냥 이해하고 싶었어요.” 장례식은 검은색 코트와 옅은 꽃, 그리고 미리엄을 가라앉히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말들로 흐릿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목사는 의무와 꾸준함, 가족을 부양하고 조용하지만 확고한 믿음을 지킨 한 남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미리엄은 고개를 숙이고 들으며 행간과 행간 사이의 공백, 추도사가 닿지 않는 침묵을 다른 사람이 알아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엘리스는 손수건을 얼굴에 대고 공개적으로 울었고, 다니엘은 슬픔보다는 인내를 암시하는 표정으로 턱을 괴고 딱딱한 자세로 옆에 서 있었습니다.

그들은 조의를 표하고, 이웃들이 보내온 캐서롤과 위문 카드에 감사를 표한 다음,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갈 비행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오래 머물러 있지 않고 극복해야 할 일처럼 보였습니다. 미리엄은 머뭇거렸습니다. 그녀는 쉽게 떠나지 못했습니다.
조문객들이 떠나고 교회 마당이 텅 비었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오랫동안 관 앞에 서서 나무에 손을 얹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기도하지도 않았고 큰 소리로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던 질문들, 마지막 날에 그에게 던졌던 질문들, 그가 외면했던 질문들만 생각했습니다.

그 질문들은 적어도 그에게는 결코 대답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후 며칠은 서류 작업과 조문객의 발길로 안개처럼 흐려졌습니다. 이웃들은 캐서롤을 들고 들러 어색한 동정 어린 목소리로 말을 걸었고, 호스피스 간호사는 물을 마시고 잠을 자라고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엘리스와 다니엘은 잠시 와서 절차를 정리하는 일을 도왔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깔끔하게 슬픔을 정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것은 미리엄의 몫이었습니다. 엘리즈는 유품들을 일일이 살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실용주의자인 다니엘은 “필요 없는 것은 기부하거나 팔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집은 이제 껍데기에 불과했고, 그 기억은 너무 선명해서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었습니다. 미리엄은 그렇게 무뚝뚝하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모든 방은 부재와 비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안락의자는 여전히 희미한 담배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십자말풀이는 램프 옆에 미완성으로 놓여 있었으며, 슬리퍼는 언제든 다시 들어올 것처럼 침대 밑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녀는 집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들었고, 평생 갇혀 있던 비밀을 마침내 밝혀낼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층 복도 끝에서 다락방 문이 변하지 않은 채로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그 문은 그녀가 넘을 수 없는 경계로 서 있었습니다.

이제 열쇠는 그녀의 손에 있는 체인에 달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금속이 아닌 허가를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그 무게가 손바닥을 누르는 듯 한참 동안 열쇠를 쥐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열쇠를 자물쇠에 끼웠습니다. 딸깍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고, 날카롭고 마지막이었다.
신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먼지 냄새와 너무 오래 보존된 방처럼 희미하게 약효가 나는 공기가 새어 나왔습니다. 작은 창문에서 빛이 들어와 공중에 떠 있는 입자들을 포착했습니다. 처마에는 상자들이 아버지가 항상 지켜온 질서대로 정확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미리엄은 문지방에 손을 얹은 채 문턱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다락방은 골판지, 트렁크, 생활의 잡동사니만 있을 뿐 별다른 위험이 없어 보였지만, 마치 무단 침입한 것처럼 가슴이 조여왔습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이 공간을 얼마나 치열하게 지키고 있었는지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조금이라도 문에 스치기만 해도 날카롭게 들리던 아버지의 목소리.
머리 위에서 삐걱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던 밤, 집안 식구들이 모두 잠든 후 침묵으로 끝나는 아버지의 긴 시간 동안의 걸음걸이도 떠올랐습니다. 어렸을 때 그녀는 계단을 기어 올라가 나무에 귀를 대고 속삭이는 소리라도 들으려고 애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보물이나 아이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도구를 상상했었죠.

이제 마침내 안에 들어선 그녀는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가 여기에 숨겨놓은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물건보다 더 무거웠다. 그녀는 그가 문 앞에 나타나 예전처럼 자신을 꾸짖을까 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그 생각에 맥박이 빨라졌다. 그녀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지만, 오래된 두려움이 다시 돌아와 슬픔과 섞여 그녀를 공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안으로 들어섰고, 신발이 널빤지에 딱딱 부딪히며 아버지의 침묵의 무게가 주위를 짓누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붕의 비스듬한 경사 아래 반쯤 그림자를 드리운 먼 구석에는 트렁크가 서 있었습니다. 가죽 가장자리는 매끄럽게 닳았고 놋쇠 스터드는 세월의 흔적으로 무뎌져 있었지만, 어떻게 보관되어 왔는지 묘한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뚜껑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지만 모서리는 남몰래 손으로 닦은 듯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실타래처럼 닳아 없어진 끈으로 묶인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뚜껑을 덮은 필체는 분명 그의 것이었고, 깔끔하면서도 힘차게, 한 글자 한 글자가 이름을 영구히 새기려는 듯 눌러져 있었습니다: 루스.
미리엄은 숨이 막혔다. 그녀의 가족 이야기에서 낯설고 이질적인 이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그 이름을 소리 내어 속삭였고, 그 소리가 벽에 부딪히는 듯 쿵쾅거리며 고요를 깨뜨리는 듯했습니다. 그녀는 집안에서 그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항상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언가의 마지막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노끈 위에 닿았지만 그녀는 뒤로 물러났다. 대신 트렁크의 차가운 가죽에 손을 대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 단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아버지가 숨겨둔 대답이 무엇이든, 아버지가 거리를 둔 이유, 어린 시절을 형성한 침묵이 여기에 갇혀 있다는 것을 몸을 떨게 하는 확신으로 알았습니다.
그녀의 눈은 그 단어가 덜 불길한 무언가로 재편될지도 모른다는 듯이 그 단어에 고정되어 있었다. 루스. 오래 응시할수록 그 단어는 점점 더 확장되어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은 가능성으로 다락방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습니다. 공포의 떨림이 그녀를 휘감았습니다. 만약 루스가 그의 인생에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가 비밀리에 사랑했던 여자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웠고 이 다락방이 그 은신처였다면 어땠을까요? 그 생각에 미리엄의 속이 뒤틀렸습니다. 더 어두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루스가 연인 이상의 존재였다면 어땠을까요? 그녀가 가족, 혈육이었다면? 미리엄 자신이 진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숨겨진 과거의 산물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차가움, 거리감, 그녀를 바라볼 수 없는 듯한 눈빛, 그녀가 자신의 혈육이 아니라 배신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었을까? 목이 조여왔다. 피곤한 손짓으로 그녀를 툭툭 털어내며 그녀를 내쫓는 그의 목소리가 기억 속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애초에 그녀가 그의 소유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리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끈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알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평생을 다락방에 갇혀 살았는데, 이제 진실이 안에서부터 그녀를 누르고 있었고, 그녀를 풀어주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카롭게 잡아당기자 끈이 풀리면서 그녀의 손에서 섬유가 끊어졌습니다.
한숨과 함께 뚜껑이 열리자 그 안에는 빛바랜 리본으로 묶인 깔끔한 사진 묶음이 놓여 있었습니다. 미리엄은 한 장을 꺼내 들고 얼어붙었다. 검은 눈, 날카로운 광대뼈, 기울어진 입은 미리엄이 평생 거울에서 보아왔던 반쯤 미소 짓는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닮은 모습에 미리엄은 불안해했습니다.

마치 수십 년 전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무릎에 책을 얹고 현관에 서 있는 모습, 시선을 살짝 돌린 채 결혼식 테이블에 앉아 있는 모습, 물가에서 외투를 두른 모습 등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동일한 여성의 모습이 사진마다 담겨 있었습니다. 각각의 이미지에는 동일한 위엄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사진 더미 아래에는 상자 바닥에 납작하게 눕혀진 채 갈라진 가죽으로 제본된 일기장이 있었습니다. 미리엄의 손가락이 떨리면서 일기장을 들어 올렸습니다. 표지는 닳아서 부드러웠고, 페이지들은 누렇게 변색되어 부서지기 일쑤였습니다. 일기장을 펼치자 아버지의 비좁은 글씨체가 줄을 가로질러 펼쳐져 있었고, 너무 세게 눌러서 잉크가 여기저기서 번져 있었습니다.

페이지 상단에 적힌 글귀는 그녀의 속을 울렁이게 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언제 말을 할지도 어머니가 결정합니다. 그녀는 들어가는 모든 방에서 피를 흘린다.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의 목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엄마는 제 안에 자신을 새겨 넣었고, 저는 엄마의 그림자 없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미리엄은 숨이 막혔다. 루스는 연인도 아니고 다른 딸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손을 떨었고, 손가락 아래에서 종이가 바스락거렸다. 다음 항목은 더 진하게 번졌고, 잉크는 거의 찢어질 정도로 힘차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엄마는 저에게 최고만을 원하셨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엄마가 원한 것은 순종이었다.

엄마는 모든 선택이 숨을 쉬기도 전에 짓밟으셨죠. 지금도 눈을 감으면 엄마의 목소리가 저를 꾸짖고 조롱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그녀의 집을 떠났지만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미리엄은 침을 세게 삼키고 더 몸을 뒤집었다. 기억은 점점 더 파편화되었고, 하나하나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침묵을 무기로 삼았다.
그녀가 방에 없을 때에도 그녀의 눈은 나를 따라다녔다. 다시는 그녀의 그늘 아래서 살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가 태어난 해의 날짜가 적힌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마치 당황해서 급하게 쓴 것처럼 글씨체가 고르지 않았습니다. 미리엄은 오늘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아내는 웃으며 우리 엄마의 눈을 닮았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도 봤어요.

일기장이 무릎에서 미끄러졌고 아내는 손으로 얼굴을 눌렀습니다. 모든 오려낸 단어, 날카로운 표정, 생략된 단어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죠.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누구를 닮았기 때문에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녀는 결코 바꿀 수 없는 닮은꼴을 위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그녀는 몇 페이지를 더 넘겼고, 몇 년을 건너뛰고 같은 상처를 멈출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특히 한 글은 그녀의 가슴을 조여왔습니다. 호수에서의 그날이 기억에 남습니다. 미리엄은 어떤 매듭을 두고 고집을 부리다가 더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날카롭고 고집스러운 그녀의 말투에 잠시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닌 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똑같은 교정, 똑같은 확신, 나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확신. 마치 어머니가 다시 그곳에 서 있는 것처럼 선명한 루스를 보았고, 저는 제 자신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저는 미리엄을 밀어냈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모든 시선이 똑같았습니다.
내 딸이 아닌 내 딸, 도저히 마주할 수 없는 닮은꼴. 미리엄은 손을 입에 대고 눈물을 흘리며 말이 흐릿해졌다. 그동안 그녀는 그 변화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호수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그녀를 유령으로 착각해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메아리로 벌을 주었다는 진실이 그의 손에 적혀 있었다. 그 불공평함이 그녀를 불태웠다. 그녀는 일기를 방에 던져버리고 싶었고, 그를 기억하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왜 그가 더 강해지지 않았는지, 왜 루스 대신 자신을 보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떠났고 대답 없는 침묵만이 남았습니다. 마침내 흐느낌이 가라앉았을 때, 그녀는 일기장 밑에 다른 봉투와 따로 놓인 또 다른 봉투를 발견했습니다. 봉투에는 그녀의 이름이 틀림없는 필체로 적혀 있었습니다. 봉투에는 틀림없는 그의 손글씨로 그녀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미리엄은 숨을 고르지 못한 채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몇 페이지에 걸친 괴로움과 원망 끝에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직접 뭐라고 말할지 반쯤 두려웠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깨지기 쉬운 종이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손가락을 덮개 아래로 밀어 넣고 안쪽의 종이를 펼쳤습니다. 미리엄, 그의 펜놀림은 불안정했고, 단어 하나하나가 힘겹게 소환된 것처럼 페이지에 눌러졌다.
진작에 했어야 할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그렇게 믿게 놔두긴 했지만 침묵의 원인은 결코 당신이 아니었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짊어지고 있던 그림자, 내 잘못이야. 언젠가 네가 제때 내려놓지 못한 나를 용서해 주길 바란다.

글을 읽으며 그녀의 손이 떨렸다.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사과보다 더 좋은 것을 당신에게 남길 수 있습니다. 계좌는 당신 명의로 되어 있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집은 당신 것이 될 것입니다. 내 짐 때문에 네 삶이 힘들어지는 건 원치 않았어. 넌 내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어. 대신 내가 남길 수 있는 것은 이것이다.
편지를 무릎에 내려놓았을 때는 이미 눈물로 잉크가 흐려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녀가 항상 갈망했던 애정이 아니었고, 어렸을 때 상상했던 포옹도 아니었고, 그의 침대 옆에서 기도했던 따뜻함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무언가, 보살핌에 대한 분열된 시도였고, 과거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남자의 마지막 몸짓이었습니다.

미리엄은 생전 처음으로 가슴에 응답의 형상이 자리 잡는 것을 느꼈습니다.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했지만 상처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편지는 아버지가 사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편지였습니다.
미리엄은 편지를 조심스럽게 접어서 봉투에 다시 넣었고, 놓지 않으려는 듯 종이에 손을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녀에게 다락방은 예전보다 덜 불길해 보였고, 잠긴 그림자 금고가 아니라 입 밖으로 내기에는 너무 무거운 진실로 가득 찬 조용한 방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일기와 편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눈물이 뺨에 소금처럼 말라붙은 채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사과도, 따뜻한 포옹도, 세월도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는 설명이 있었고, 묘한 종류의 종결이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봉투를 가슴에 껴안고 일어섰다. 그녀가 다시 문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마루판이 발걸음 아래에서 신음 소리를 냈습니다. 다락방의 공기가 그녀의 옷에 달라붙어 먼지, 세월, 비밀이 마침내 풀려났습니다.

그녀는 문지방 앞에서 잠시 멈춰서 구석에 놓인 트렁크를 다시 한 번 흘겨보며 고요한 공간에 “알겠어요.”라고 속삭였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면서 다락방과 아버지의 침묵은 마침내 과거로 사라졌습니다.
